NCT/2024

NCT 127 《WALK》 앨범 리뷰

s0mersault 2024. 7. 25. 16:46

1. Intro : Wall to Wall

- 트랙비디오가 뜨자마자 모두의 입에 오른 마크의 작두 구간(01:55)도 물론 좋지만, 나레이션에 가까운 관조적인 랩핑과 가창이 이어지다가 01:02쯤 비트가 치고 나오는 순간이 나의 최애 파트. 땜삥 넘치는 비트, '되감아봐'라는 가사의 발음과 맛, 마크의 애티듀드 - 이 세 가지의 합이 너무 충격적으로 좋다.

- 그간의 인터루드들도 물론 다 좋아했지만(거의 인터루드 때문에 입덕했을 정도) 이 곡은 단순히 앨범의 인트로로만 기능하지 않고, 독자적인 하나의 곡으로서 존재감이 충분하다.

- 우린 결국에 또 Surviving / 나는 너를 너는 날 챙기네 / 너무나도 죽이는 Team이 돼 / 너와 내가 가득히 채운 Blank

 

2. 삐그덕 (Walk)

- 나른하고 맥없이 툭 떨어지는 메인 비트의 스트링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 같은 맥락에서 2절 도입부의 재현-마크 파트, '내버려둬 I just can not stop / 모든 문을 두드리지 Knock Knock / 쏟아지는 빛, 익숙해져 난 / 내 두 손에 쏟아지는 Like Like'에서 약간 멜랑꼴리하게 마무리되는 멜로디 라인이 최애 파트.

- 녹은 고철처럼 느릿하게 떨어지는 비트와 대조되는 플랫한 메인 파트의 조화가 좋다. 랩이기도, 가창이기도 한 이 메인 파트를 최대한 높낮이 없이 눌러 부르면서 또 그 안에서 리듬의 맛을 잘 살리는 건 역시 해찬이인 것 같다. 해당 파트(01:41)에서 해찬이의 앉아서 고개 까딱하는 안무도, 별거 안하는 거 같은데 노래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파트의 맛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 태용이가 빠진 MV 버전, 태일이도 빠진 무대/퍼포먼스 영상 버전, 오리지널 음원 세 가지의 버전을 돌려듣는 재미가 있다..고 정신승리 중. 군백기 끝나고 이 곡 완전체로 무대에서 보면 눈물날 듯

 

3. No Clue

- 김정우의 재발견! 하도 맨날 늘어서 뭐 매 활동 매 앨범마다 재발견하긴 함.. 기특강쥐

 

4. 오렌지색 물감 (Orange Seoul)

- DJ의 계보를 잇는 재지한 곡인데, 쉴새없는 전조와 코드 진행에서 재즈의 맛이 더 깊어졌다. DJ는 낮의 노래라면 이 노래는 확신의 석양의 노래. 꽤 복잡한 구성처럼 보이지만 정신없지 않고 그저 산뜻하기만 하다.

- 02:15 Oh this city gives me love / and I just can't get enough / 점점 붉게 물들어가 Tonight

- 02:57 Girl you know how how we roll / 오늘 밤은 안 식어 / Just let it burn -> 나 이런 멜로디에 진짜 속수무책임. Breakfast도 후반부 애드립 파티 되면 귀 쫑긋 세우고 하나하나 씹으면서 듣는데 이 노래도 그렇게 될 듯

 

5. Pricey

- 인트로, 서서히와 함께 내 최애 수록곡! 곡 전체에 깔려있는 피아노의 퍼커션적 활용(물론 피아노는 원래 퍼커션이긴 한데..)이 좋다. 피아노 소리가 비트의 일부처럼 살짝 투박하고 레트로하게 표현되는데, 곡의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묵직하면서도 맑은 피아노 소리로 종결되는 점이 포인트. (드림의 ISTJ도 이런 점 때문에 좋아했다.)

- 엔시티 노래 듣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뒤로 갈수록 점층적으로 쌓이는 화음/더블링/애드립들이 특히나 돋보이는 노래인데 아예 후렴 자체가 플랫한 랩과 위로 쭉 뻗어나가는 멜로디의 화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음.. 그리고 브릿지 뒷부분의 태일이 파트(시간이 가면 / 다 잊을 것 같던 / 너의 기억에 Stay)부터 마지막까지는 그냥 통으로 다, 소름끼치도록 좋다. 얼마나 좋냐면 여기서 태일, 도영, 해찬이가 돌아가면서 부르는 애드립 파트들을 다 악보로 그려서 베개 밑에 넣고 자고 싶다. 애드립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어서 마치 소스 8가지 뿌린 핫도그 같은데 엥 그러면 짠맛밖에 안나잖아? 할 수 있는데 핫도그 맛도 나고 소스 8개 맛 하나하나 다 느껴지는 그런 상황..

 

6. Time Capsule

- 태일이의 'Our moment' 발음이 왜이리 좋은지, 계속 생각난다.

 

9. Gas

- 도입부의 뭐라더라? 신스 호른? 이거 소리 죽인다. 아주 캐치하고 인상적인 비트인데 문제는 이런 요소가 하나만 있지 않고 다양하게 꽉꽉 차있다. 02:08부터 전환되는 비트, 02:21의 브릿지 멜로디 라인도, 이어지는 하이라이트까지 모두 신선하면서도 풍성하다.

- 00:35 I'm speedin' / 놀랍지 / We boomin' every time / I hit the 이 부분도 진짜 끝내준다. (점점 어휘 딸리는 중..) 너무 잘한다 이해찬

- 01:15 쟈니의 '재난 경보 알람이 떠' 발음 대박 쫄깃하다.

 

10. 서서히 (Suddenly)

-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찌르는 메인 멜로디(나의 눈을 가리는 빗방울 / 숨이 가득 차와도 너만 바라 / 깊은 바다 같은 너의 두 눈 / 네 안에 가득 가득 잠겨 서서히) 구간. 슬픈 멜로디지만 신파로 빠지지 않고 깨끗하게 슬픈 점이 좋고, 사실은 가사에 이별도 그리움도 없는 오롯한 사랑노래라는 점이 좋다. 원래 사랑은 슬픈거니깐

- 메인 멜로디까지 가는 빌드업 구간도 촘촘하고 설득력 있다. (나를 비추는 너의 두 눈에 ~ 너는 마치 내게 내린 소나기 ~)

- 4집의 '디자이너'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파트를 급박히 치고 들어오는 강한 비트(02:02)도 뜬금없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리고 감미로운 가창 사이에 들어가는 태용이의 'Rain on me' 같은 추임새, 난 이런 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이제 이런 거 없으면 노래 못 듣는 사람이 되어버림.

 

11.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아가자 (Meaning of Love)

- 노래 들을 때 가사 진짜 안 듣는 편인데, 이 노래는 가사를 도저히 듣지 않을 수 없게 귀에 꽂아넣는다. 맑고 직선적인 가창과 발음, 심플하지만 밀도 높은 진심으로 채운 노랫말 덕분인 듯하다.

- 가족과 남, 친구 사이 너와 나 / 이름 모를 네가 있어 / 상관없어 초록 꽃 한 송이를 사

-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관계의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정의내릴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한 너. 너를 다 알진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알아서가 아니라 몰라도 사랑하는 덴 문제가 없다는 것.

-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이지리스닝'한 노래들이 내 귀에는 더 하드하다. 가스, 프라이시 이런 건 하루에 10번도 들을 수 있지만, 이런 노래는 술 엄청 먹고 한껏 센치해질 용기가 생겼을 때나 비로소 듣게 되거든. (도영이 솔로 앨범과 비슷한 맥락에서) 누가 자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오히려 그 눈을 피하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127 스스로도 이 노래를 '편하게, 가볍게 듣기 좋은 노래'(가 맞지만!)로만 생각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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