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 리머스는 지난 일을 곰곰 돌이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특별히 철학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실패자로 치부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현실이었다. 암에 걸렸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이 그것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견뎌 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도 그때와 현재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외톨이의 용기와 냉소적인 분노로 실패를 맞이했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도 아마 그런 태도로 맞이할 것이다. 그는 대다수 첩보원보다 오래 버텼지만, 이제 드디어 패배자가 되었다. p95 그날 아침은 추웠다. 옅은 잿빛 안개가 축축하게 살갗을 찔러 따끔거렸다. 공항을 보자 리머스의 머리에 전쟁이 떠올랐다. 안개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