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6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p18 리머스는 지난 일을 곰곰 돌이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특별히 철학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실패자로 치부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현실이었다. 암에 걸렸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이 그것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견뎌 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도 그때와 현재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외톨이의 용기와 냉소적인 분노로 실패를 맞이했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도 아마 그런 태도로 맞이할 것이다. 그는 대다수 첩보원보다 오래 버텼지만, 이제 드디어 패배자가 되었다. p95 그날 아침은 추웠다. 옅은 잿빛 안개가 축축하게 살갗을 찔러 따끔거렸다. 공항을 보자 리머스의 머리에 전쟁이 떠올랐다. 안개 속..

Archive/책 2026.09.06

사법개혁

[경향신문] 범인 놓쳐도 경고, 수사 뭉개도 견책…정말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할까https://www.khan.co.kr/article/202607300600051#ENT [단독]범인 놓쳐도 경고, 수사 뭉개도 견책…정말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할까[형소법 개김모씨(35)는 올 3월 서울 홍대거리에서 술에 만취한 상태의 미성년 여성을 건물 2층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여성의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달려와 미수에 그친 혐의(강간미수·약취유인)로 지www.khan.co.kr [시사in] 진통 끝에 일단락된 검찰개혁 논쟁 비망록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309 진통 끝에 일단락된 검찰개혁 논쟁 비망록검찰은 어떤 사람을 재판에 넘..

News 2026.07.30

필름클럽 다시 듣기 (20260723~29)

5회 매기스 플랜 (2017.1.25) - 필름클럽 결성 과정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타티- 바흐, 헨델의 음악은 수학문제 풀이와 정신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ㅋㅋ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사람 여럿 살렸을 거다.-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갔던 순간 : (사연자 분은 주성치 영화 ㅋㅋㅋ) 수정 배우님은 어렸을 때 혼자서 하는 일의 즐거움을 잘 몰라서 20대 후반쯤부터 혼영을 시작하셨다고. 그러나 첫 영화는 기억이 잘 안남. 혜리 기자님은 너무 오래 살아서ㅋㅋ 예전 일이 잘 기억이 안나심. 고등학교 때는 영화보다 연극을 더 많이 봤고, 학교 앞 양재극장에 중간 기말 끝나고 친구들이 홍콩영화 보러 몰려갈 때도 오히려 관심이 없었음. 아마도 가능한 후보 중 하나는 루이 말 감독의 일 듯. 강남에 유럽영화, 프랑스영..

Archive 2026.07.23

Macau 2026

이번엔 시간 흐름대로 써봐야지. 6/12(금)09:50 출발한식 미리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원래 아침 안먹지만 공항에서 소금폭탄 국밥을 먹고 커피 마시고 업무 연락 미리 다 해놓고 출발. 내가 고른 좌측 좌석은 모두 만석이었고 기분 탓인지 간격도 더 좁아보였는데, 바로 옆 우측 좌석들은 세자리가 쪼로록 비어있어서 자리 옮겨도 되는지 승무원한테 물어봤다. 일단 출발하고 안전벨트 표시등 해제되면 다시 얘기하라길래 기다렸더니 앞사람이 선수쳐서 먼저 옮겨 앉아버리더라. 그냥 앉아있으려 했지만 뒤에 앉은 아기가 의자를 하도 차대서 나도 그 옆으로 옮겨버렸다. 졸다가 영상보다가.. 4시간 비행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12:50 마카오 도착가기 전날까지 매일 날씨 체크를 하면서 4일 내내 비가 올..

Archive 2026.06.25

2026.5.8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 인천 후기

정말 오랜만에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그 음악의 입구로 들어갔다가, 음악 전체를 통과해서 마지막 출구로 빠져나오는 완전한 경험을 한 날이었다.기억할만한 감상 포인트 몇 가지 메모.- 이번 뮌헨필과 조성진의 협연 중 프로코피예프 피협 2번은 총 세 번 연주되었다. 인천은 그 중 두 번째 공연이었는데, 이전 공연이었던 예술의전당 후기에서 피아노가 오케 소리에 묻히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는 후기를 봤다. 그 후기를 의식해서인지, '콘체르토에서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뭘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듣게 되더라. 오케스트라가 독주 악기와 동시에 연주될 때, 각각의 소리가 음역대나 음색의 면에서 확연히 구분이 된다거나, 독주 파트가 잘 들릴 수 있게 오케 파트가 반주의 역할을 하는 식으로 악보에서부터 조화롭게 역할..

Playlist 2026.05.11

[CINE 21] 실향민들, <시라트>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9384&fbclid=PAZXh0bgNhZW0CMTEAc3J0YwZhcHBfaWQPNTY3MDY3MzQzMzUyNDI3AAGn7_kb7YlZnUiKlGEQDhECrMFAMPgi3QFQG0kRfnB8GCRlJ2iLAlA3BRwVbfY_aem_Hm0FuKbK2sgSTn8mVbOO6A" data-ke-align="alignCenter" data-og-description="여정 내내, 겨우 들릴락 말락 한 라디오 방송이 전쟁, 외교적 실패, 자원 고갈을 보도한다. 한 인물이 말한다. “이런 게 세상의 종말이 느껴지는 방식일까?” 다른 이가 대답한다. “세상은 오래" data-og-host="cine21.com" data-og-source-u..

Archive 2026.02.13

그저 사고였을 뿐 (2025)

한 해를 마감하며, 총 18편의 영화를 봤지만 그 중 마음에 가장 오래, 진하게 남은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 쓰는 글.부산에서 영화를 보고 온지 세 달이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이 영화를 생각하면 혼자 울컥하게 된다. 이 영화는 왜 이토록 여운을 남긴걸까? 사회 문제나 현안을 다룬 영화는 그간 많았지만,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 정부에 의해 억압당한 당사자로서, 그 문제의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그 문제를 바라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있기보다 수많은 동료 피해자들과 민중, 어쩌면 이란 사회 전체를 향함으로써 사회파 영화들이 쉽게 빠지곤 하는 정의에 대한 자기도취나 '아군과 적군'의 단순한 이분법을 피해간다.물론 당사자라고 해서 어떤 문제에 대해 가장..

Archive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