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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클럽 다시 듣기 (20260723~29)

s0mersault 2026. 7. 23. 12:24

5회 매기스 플랜 (2017.1.25)

 

- 필름클럽 결성 과정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타티

- 바흐, 헨델의 음악은 수학문제 풀이와 정신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ㅋㅋ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사람 여럿 살렸을 거다.

-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갔던 순간 : (사연자 분은 주성치 영화 ㅋㅋㅋ) 수정 배우님은 어렸을 때 혼자서 하는 일의 즐거움을 잘 몰라서 20대 후반쯤부터 혼영을 시작하셨다고. 그러나 첫 영화는 기억이 잘 안남. 혜리 기자님은 너무 오래 살아서ㅋㅋ 예전 일이 잘 기억이 안나심. 고등학교 때는 영화보다 연극을 더 많이 봤고, 학교 앞 양재극장에 중간 기말 끝나고 친구들이 홍콩영화 보러 몰려갈 때도 오히려 관심이 없었음. 아마도 가능한 후보 중 하나는 루이 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일 듯. 강남에 유럽영화, 프랑스영화를 많이 틀어주던 '씨네하우스'라는 영화관에서 봤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찾고 악보 사서 피아노 연습도 하고 그랬었다. 다은 피디님은 <접속>(1997)일 것이다. 신사동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봤고 당시 타워레코드는 성지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cf. 압구정 맥도날드, 강남역 뉴욕제과).. 추억은 방울방울. 처음 영화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던 시절을 되짚어보며 즐거웠다.

"우리가 지금은 친구처럼 같이 뭔가를 만들고 있지만, 사실 조금씩 나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연대라고 해도 그때 사회에서 각자 있었던 장소가 다를 것 같다. 그걸 동시에 누군가가 내려다볼 수 있었으면 재밌을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서." <접속>이 나왔던 당시 기자님은 이미 일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만든 잡지를 사서 보던 다은 피디였고. 이렇게 한 자리에 있다는 게 너무 인생이 괜찮은 것 같다. 다 만나다니.

- 스포일러가 되어도 좋으니 결말까지 언급되면 좋겠다는 청취자의 의견에,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썼던 '뽀로로 나팔' 어디갔냐 - 이동진 왈 '이거 경매에 내놓으면 잘 팔릴거다', 혜리 기자님 '왜요? 우리가 뭐 엘비스 프레슬리도 아니고..', 다은 피디님 아직 갖고 있음. 뉴욕 모마에서 사온 사운드 머신(방구, 트름소리 탑재)이 있어서 그걸 활용해볼수도. -> 청취자 의견 수리됨!

 

- 오프닝 음악과 함께 영화 이야기 시작. 뉴욕 거리를 걷는 여성의 등짝을 따라가며 영화가 시작한다. 주인공의 삶은 이미 돌아가고 있는데 영화가 그 도중에 쓱 올라타는 듯한 시작. 사설이 길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는, 혜리 기자님이 좋아하는 방식. 타이틀이 뜨기 전의 프롤로그 시퀀스는 다소 심플한 도입부지만, 인물의 성격과 중심이 되는 사건, 주인공을 둘러싼 관계도를 모두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도입이라는 점에서 여기서부터 좋은 인상을 받음. 각본이 쫀쫀하구나! 모든 게 다 기능이 있고 쓸데없는 부분이 없겠구나 하는 좋은 예감. 여기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선의의 오지랖퍼'. 타고난 케어러이면서, 그걸 능숙하게 해내지만 약간만 벗어나면 오지랖이 되는.

- 영화는 두 개의 '매기의 플랜'이 나옴. 남편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는 플랜 1. 매기는 대학 동창 중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이, 한겨울에도 칠부바지를 입는 러블리 힙스터)에게 정자를 받겠다는 계획이나, 다만 가이는 매기에게 단순 호의가 아닌 관심이 있는 상태인데, 이걸 극중 인물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가이가 등장하는 즉시 알아차리게 하는 그 연기 또한 일품이다. (수정씨가 꽃다발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웃참중ㅋㅋ 피클 작업실에서 매기의 뒤를 따라가며 자기도 모르게 체향을 맡는 등, 뭔가 부산스러운 피지컬 연기) 그런데 이런 플랜이 뉴스쿨의 방문교수 존이 등장하며 흔들리게 되는데, 이 분은 '아주 유부남' '강도 높은 유부남', 유부남 중에서도 아이가 둘 있는 유부남인데 매기가 정자 샘플을 받은 날 하필 존과 끝까지 가버리게 되는 것.

- 영화는 가볍게 여기서 2년을 점프해서 매기의 플랜 2를 보여주는데, 전처와 이혼한 존&딸 릴리와 함께 살던 매기는 '장미와 원예사'에서 가볍게 장미의 자리를 차지한 존을 돌보는(?) 원예사가 되어 있고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정리하며 존을 그의 전처인 조젯(구 장미)와 다시 이어주려는 계획을 세움. 관계의 맺고 끊음에서 발생하는 데미지를 최소화하려는 매기의 지향 + 전처를 만나본 매기가 보기에 그녀는 매우 멋진 여성인데다 '만개한 장미'인 반면 존의 장미(집필 중인 소설)는 아직 봉우리가 틀 기미도 안보여 원예사로서 보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ㅋㅋㅋ 매기가 언뜻 봐서는 조젯에 비해 순진하고 착하고 남한테 휘둘릴 성격인 것 같지만 그게 결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순진하지만 현명함. 부부생활이 힘들고 사랑이 식어가면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그녀는 시야가 흐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음. 조젯을 찾아가 플랜 2를 제안할 때 그녀한테 마냥 듣기좋은 말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확실히 애정결핍에 자기도취가 심한 사람이긴 한데, 존한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요(그런 사람이 있을 때만 존은 자기 중심을 잡을 수 있어요)' 라고 촌철살인의 대사를 날린다.

- 인물, 장면의 리듬/속도, 음악의 사용에 있어 우디 알렌 영화를 많이 떠올리게 하나, 우디 알렌 여성 버전이라기보다는 그의 영화에서 케케묵은 점들을 많이 걷어낸 영화 같다는 혜리 기자님의 의견. 시점과 행동의 주체가 여성 쪽이기 때문. 또한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서 스크린에 올린 영화라는 점도 인상적인데,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여성이 아이를 원하고 키우는 데 있어서 의학적/사회적/경제적으로 결혼이 필수불가결하지 않은 상황인 것. 그리고 매기 세대나 또래에서는 이혼 가정에서 한 부모 밑에서만 자라온 경우가 그렇게까지 희귀하지는 않고, 이혼했다고 해도 서로의 삶에서 영원히 퇴장하지도 않음. 요컨대 연애와 우정, 이혼과 재결합 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일종의 확대공동체가 생겨나는 것.

제인 오스틴의 레이디 수잔이나 엠마 같은 인물들도 생각나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처럼 짝짓기를 둘러싼 코미디도 생각났다.

 

- (55' 40'') 음악 이야기 시작. 음악 감독은 애덤 호로바이츠, 스코어를 작곡한 사람은 마이클 로아틴 / 경쾌한 무드를 잘 뒷받침해주는 음악. 배경이 뉴욕이고 계절이 한겨울인데도 남국의 음악인 레게 음악과 아코디언/벤조/플룻 등 다양한 사운드가 사용된다는 점이 재밌다. 삽입곡이든 오리지널 스코어든 자메이카산 리듬인 '스카 리듬'(쿵딱 쿵딱 쿵딱~)을 사용한 음악이 많이 나온다. 매기의 낙천성을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스카 리듬이나 레게 음악도 결국은 블루스에서 온 거고, 이렇게 6~70년대의 빈티지한 사운드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영화에서 우디 알렌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지점.

편집의 특징과 음악이 맞물리기도 하는데, 우디 알렌도 음악이 들어갈 때 그게 간주이면서도 드라마를 가속시켜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도 장면이 카드 넘기듯이 넘어가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음악이 활용된다. 매기는 '계획가'이고 계속 계획을 세우는데 아무리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도 정신 차리고 보면 삶은 계획 밖으로 튕겨나가고, 정신차려보니 결혼한지 2년 돼있고 그런 삶의 속도감과 느낌을 편집이 반영하고 음악이 거드는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