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79
말해 봐요. 어째서, 우리는 가령 음악, 멋진 야회, 호감 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길 때조차, 어째서 그 모든 것을 현실의 행복, 즉 우리 자신이 소유한 그런 행복이라기보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어떤 무한한 행복에 대한 암시로 여기는 걸까요? 그건 왜죠? 혹시 그런 것을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나요?
p249
'혹시나' 하고 뜻밖의 행운을 기대하는 젊은이의 마음, 행복을 맛보고 누구의 보호도 없이 혼자서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픈 은밀한 욕망이 결국 승리했다.
p275
저마다 상대방이 자신의 속마음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음을 느꼈다. 친구 사이에는 이러한 자각이 즐겁다. 그러나 서로 원수진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쾌한 자각이다. 특히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헤어질 수도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p289
파벨 페드로비치는 오드콜로뉴로 이마를 조금 적시고는 눈을 감았다. 눈부신 햇빛에 비친 그의 야윈 아름다운 머리가 죽은 사람의 머리처럼 하얀 베개 위에 얹혀 있었다...... 사실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